Page 138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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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장(地藏)스님이 말하는 이 화두를 듣고서야 세 가지
병을 앓는 사람에 대한 화두를 알았다.”
이 스님이 “몰랐다”고 한다면 법안스님은 무엇 때문에 이처
럼 말했으며,알았다고 한다면 현사스님은 무엇 때문에 “옳지
않다,옳지 않아”라고 말하였을까?
하루는 지장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 세 가지 병을 앓는 사람이라는 화두가 있었다는데,
그렇습니까?”
“ 그렇습니다.”
“ 규침(珪琛:왕이나 제후들이 믿음의 표식으로 들고 있는 옥
판)에 눈․귀․코․혀가 나타나 있는데,스님께서는 어떻게 제
접하겠소?”
그러자 현사스님은 그만둬 버렸다.현사스님의 뜻을 알았다
면 어찌 언구 위에 매이겠는가?그가 알았던 것은 참으로 각별
하였다.
뒤에 어떤 스님이 이를 운문스님에게 말하자 운문스님은 그
의 뜻을 바로 알고서 말하였다.
“너는 절을 올리도록 하라.”
스님이 절하고 일어나자마자 운문스님은 주장자로 떠밀쳤다.
스님이 뒷걸음질을 치니,운문스님은 말하였다.
“너는 눈멀지는 않았구나.”
다시 앞으로 가까이 나오라고 부르자 스님이 다시 앞으로 가
까이 다가서니,운문스님은 말하였다.
“너는 귀 먹지는 않았구나.”
그리고 말을 이었다.
“알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