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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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43


                 피곤하면 잠자면서 낙엽이 지는 대로 꽃이 피는 대로 맡겨 둔
                 다.낙엽이 지면 가을이요,꽃이 피면 봄이라,각기 스스로 시절
                 이 있다.
                   이는 설두스님이 그대들을 위해 일시에 소탕해 준 것이다.
                 또 자그만 (방편의)길을 터주면서 “알았느냐”고 말하였는데,
                 설두스님은 힘이 다하고 정신이 흐릿하여 “구멍 없는 철추”라

                 고 말하였을 뿐이다.이 한 구절은 탁 알아차려야 하니,머뭇거
                 리면 결국 빗나가 버린다.
                   원오스님은 불자를 들고 “보았느냐”는 말을 마치고서 선상을
                 한 차례 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들었느냐.”
                   선상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말하였다.
                   “말할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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