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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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는 흐르고 물은 흐르지 않네.
                     돌 사람[石人]의 재주 그대와 닮아서
                     저속한 노래를 부를 줄 아는군.
                     그대도 돌 사람과 같다면
                     설곡(雪曲)으로 화답하리라.

                   이 말을 안다면 설두스님의 송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송

               쇠 부처[金佛]는 용광로를 지나지 못한다.
                -눈썹을 태워 버렸다.천상천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사람이 찾아와 자호(紫胡)스님을 방문했네.
                -또 이처럼 하는군.목숨을 잃을까 두렵구나.

               팻말 속 몇 개의 글자여,
                -(개는 그만두고라도)글자를 모르는 고양이도 운운할 필요 없다.천
                 하의 납승이 입을 떼지 못한다.목숨을 잃을까 두렵다.
               맑은 바람 어딘들 없으랴.
                -또 이처럼 하는군.머리 위도 질펀하고 발밑도 질펀하다.또다시 말
                 한다.

               평창
                   “쇠 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한다.사람이 찾아와 자호스
                 님을 방문했네”라는 이 한 구절 또한 송이다.무엇 때문에 “사
                 람이 찾아와 자호스님을 방문했네”를 인용하였을까?이는 모름
                 지기 작가의 용광로라야 비로소 그처럼 될 것이다.
                   자호스님은 산문(山門)에 한 팻말을 세웠는데,그 속에 다음

                 과 같은 글자를 써넣었다.“자호에 개 한 마리가 있는데 위로는
                 머리를,가운데로는 허리를,아래로는 다리를 물어뜯는다.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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