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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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93


                 거리면 목숨을 잃으리라.”
                   사람이 찾아오기만 하면 일갈(一喝)을 하고 “개를 보라”하
                 고,스님이 머리를 돌리기만 하면 자호스님은 바로 방장실로 되
                 돌아가 버렸다.말해 보라,무엇 때문에 조주스님을 물어뜯지
                 못했는지를.
                   자호스님은 또 어느 날,밤이 깊었는데 시렁 뒤에서 큰 소리

                 로 “도적놈 잡아라,도적놈 잡아라”하고 외친 후,캄캄한 곳에
                 서 한 스님을 만나자 멱살을 잡아 세우며 “도적을 잡았다.도적
                 을 잡았다”라고 하니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접니다 접니다.”
                   “ 그렇긴 하다만 인정할 수 없구나.”
                   그대가 이 말을 알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을 물어뜯어 어느
                 곳에서나 맑은 바람 늠름하겠지만,그렇지 못하다면 팻말 속의
                 몇 개의 글자를 결코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만일 이를 알고자

                 한다면 끝까지 몽땅 깨쳐야만 하리라.송은 다음과 같다.

               송

               나무 부처[木佛]는 불을 건너지 못하니
                -불타 버렸다.나만이 알 수 있다.
               항상 파조타(破竈墮:조왕신을 제도하신 스님)가 생각나네.

                -동으로 가나 서로 가나 뭐 안 될 것이 있느냐.문둥이가 짝을 이끌고
                 가는구나.

               주장자를 홀연히 내려치니
                -산승의 손안에 있다.산승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누구 손엔들
                 없겠느냐.

               나를 저버렸다는 걸 알겠네.
                -그대와 같다.어찌해 볼 수가 없다.무슨 쓸모가 있겠는가.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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