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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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조스님은 가르침을 듣고서 도에 향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
                 해져서,가만히 예리한 칼을 들어 스스로 왼팔을 잘라 달마스님
                 앞에 드리니,달마스님은 법기(法器)임을 알고 마침내 그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눈 속에 서서 팔을 끊은 것은 무슨 일을 하려는 것
                 이냐?”

                   “ 저의 마음이 편안치 못합니다.스님께서는 마음을 편안케
                 해주십시오.”
                   “ 마음을 가져오너라.너에게 편안을 주리라.”
                   “ 마음을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하겠습니다.”
                   “ 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 뒤 달마스님이 그의 이름을 혜가(慧可)라고 고쳐 주었으
                 며,그 후 삼조(三祖)승찬(僧燦)스님을 제접하고,전법이 끝나자
                 서주(舒州)의 완공산(皖公山)*에 은거하셨다.때마침 후주(後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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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제(武帝)가 불법을 파멸하고 승려를 배척하자 스님은 태호현
                 (太湖縣)의 사공산(司空山)을 왕래하며 일정한 거처가 없이 십여
                 년을 지냈으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도선율사(道宣律師)의  고승전(高僧傳)에 이조스님의 사적이
                 실리기는 했으나 자세하지 않고, 삼조전(三祖傳) 에 다음과 같
                 이 기재되어 있다.
                   “이조스님은 오묘한 법을 세간에 전하지 않다가 다행히도 끝

                 에 가서 그가 당시에 눈 위에 서 있었던 것을 참으로 깨쳤다.”
                   이 때문에 설두스님은 “눈 위에 계속 서 있었더라면 어느 누
                 가 허풍을 떨지 않았으랴”라고 하였다.눈 위에 서 있는 것을
                 멈추지 않았더라면,지나치게[足]* 공손한 모습으로 아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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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皖:戶자와 版자의 반절.밝은 모양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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