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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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89


                 땅히 남쪽으로 가도록 하라”고 했다.이조스님은 신인을 만났다
                 하여 마침내 신광(神光)이라 이름하였다.오랫동안 이수(伊水)․
                 낙수(洛水)가에 살면서 많은 서적을 널리 보았지만 매양 탄식하
                 며 말하였다.
                   “공자와 노자의 가르침은 육례(六禮)와 법도에 관한 것뿐이
                 다.요즈음 소문을 듣자니 달마대사가 소림사에 주석한다던

                 데…….”
                   이내 그를 찾아가 조석으로 참례하고 물었으나 달마스님은
                 단정히 앉아 면벽(面壁)할 뿐이어서 가르침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신광이 자신을 반성하여 말하였다.
                   “옛사람은 도를 구하고자 뼈를 두드려 골수를 뽑고,피를 뽑
                 아 주린 사람을 구제했으며,머리털로써 진흙을 덮어 주고,절
                 벽에서 몸을 던져 호랑이 먹이가 되기도 하였다.예전에도 이처
                 럼 하였는데,(그들과 비교하면)나는 어떠한가?”

                   그 해 12월 9일 밤 큰 눈이 내릴 때,이조스님이 섬돌 아래
                 에 서서 꼼짝 않고 있으니 동이 트자 무릎 위까지 눈이 쌓였다.
                 달마스님은 그를 가엾게 여기고서 말하였다.
                   “그대는 눈 속에 서서 무엇을 구하려느냐?”
                   이조스님은 슬피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자비로 감로문을 여시어 널리 많은 중생을 제도
                 하여 주십시오.”

                   “ 모든 부처님의 오묘한 도는 광겁(曠劫)토록 철저히 노력하
                 여 얻은 것이다.보통 사람으로는 행하기 어려운 것을 행하셨
                 고,참기 힘든 것도 다 참았다.어떻게 작은 덕과 작은 지혜,경
                 솔한 마음과 거만한 마음으로 참 진리를 바라고자 하느냐,이는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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