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4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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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삼십 년 뒤에나 비로소 되겠군.차라리 영겁에 빠져 있을지
                 언정 모든 성인에게 해탈을 구하지 않겠다.여기에서 알아도 은혜 저
                 버림을 면치 못한다.어떻게 해야 저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주장자
                 가 남의 손아귀에 있음을 면치 못하리.

               평창
                   “나무 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하니 항상 파조타가 생각나네”
                 라는 한 구절도 역시 송이다.설두스님은 “나무 부처는 불을 건
                 너지 못한다”는 것으로 인하여 “항상 파조타가 생각난다”고 하

                 였다.
                   숭산(嵩山)의 파조타스님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으며 언행
                 도 알 수 없었다.숭산에 은거하다가 하루는 제자를 거느리고
                 산간 마을로 들어가니,매우 영험스러운 사당이 있었는데 사당
                 안에는 유일하게 솥 하나가 안치되어 있을 뿐이었다.원근을 막
                 론하고 여러 사람들이 계속 제사를 올리느라 짐승을 죽이고 삶
                 는 일이 매우 많았다.스님이 사당 안에 들어가 주장자로 솥을
                 세 차례 치면서 말하였다.

                   “쯧쯧!그대는 본래 질그릇 흙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신령함
                 이 어디로부터 오겠으며,성스러움이 어디에서 일어난다고 이
                 처럼 짐승의 생명을 삶아 죽이느냐.”
                   말을 마치고 또다시 세 차례를 치자 솥이 저절로 깨지면서
                 갑자기 푸른 옷에 높은 관을 쓴 사람이 앞에 서서 절을 한 후
                 말하였다.

                   “저는 부엌신입니다.오랫동안 업보를 받아 오다가 오늘에야
                 스님의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설법으로 이곳을 벗어나 하늘나라
                 에 태어났기에 일부러 찾아와 감사드립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그대에게 본래 있던 성품이지,내가 억지로 한 말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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