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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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99
수 있다는 것이다.
교학가에 의하면 이 스무 장 남짓 되는 경전을 가지고 자꾸
자꾸 돌려읽는 것을 ‘지경(持經)’이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이(업보)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어떤 사람은 “경전은 반드시
영험이 있다”고 하나,그렇다면 이 한 권의 책을 한가한 곳에
펴놓아 보아라.거기에 무슨 감응이 있나 없나.
그러나 법안(法眼)스님은 “불지(佛地)를 깨친 자를 이름하여
이 경전을 ‘지경(持經)’이라 한다”고 하였다. 금강경 에서도 이
러한 말이 있다.“모든 부처님과,모든 부처님의 아뇩다라삼먁
삼보리의 법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 경전에서 나온다.”말해
보라,무엇을 가지고 이 경전을 만들었는가를.누런 책갈피와
붉은 축(軸)을 이것이라 하지나 않았는가!정반성(定盤星:저울
눈금)을 잘못 읽지 마라.
금강(金剛)이란 법의 본체가 견고함을 비유한 것이다.그래서
사물이 이를 파괴하지 못하며,그 기능은 아주 날카로워 모든
사물을 자르는 것이다.이로써 산을 노리면 산이 꺾이고 바다를
노리면 바다가 고갈되므로 비유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다.그 법
도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야(般若)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첫째는 실상반
야(實相般若),둘째는 관조반야(觀照般若),셋째는 문자반야(文字
般若)이다.
실상반야란 참 지혜[眞智]로서 여러분의 발밑에 ‘하나의 큰
일’이 고금에 빛나고 완전히 알음알이[知見]가 사라져 말끔하게
훌훌 벗고 텅 비어 맑은 그것이며,관조반야란 참다운 경계[眞
境]로서 이는 하루종일 빛이 쏟아지고 대지를 진동하면서 소리
를 듣고 물색을 보는 것이며,문자반야란 겉으로 드러난 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