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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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로 헤아린다 하여도 관계가 없다.
                   요즈음 사람은 오로지 경전만을 전독(轉讀)할 뿐,무슨 얘기
                 인 줄도 모르고서 그저 말하기를 “나는 하루에 어느 정도 전독
                 할 수 있다”고 하면서,누런 책거죽에서 글줄이나 찾으며 글자
                 를 셈하고 있을 뿐이다.그러나 이 경전 전체가 자기의 본심에
                 서 나왔으니,이렇게 이해해야만 바로 조금이나마 전독한 것이

                 다.
                   대주(大珠)스님은 “빈집 안에서 몇 질의 경전 쌓아 놓고 보
                 라.책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더냐.자기 속에서 나오는 이 마음
                 이 공덕일 뿐이다.왜냐하면 모든 법은 모두 나의 마음에서 나
                 오며,한 생각이 이미 신령하니 곧 통하고,통하면 곧 변화한
                 다”고 하였으며,옛사람(도생스님)은 “푸르고 푸른 대나무는 모
                 두가 진여(眞如)이며,무성한 국화는 반야 아닌 것이 없다”고
                 하였다.이를 투철하게 알아차리면 바로 진여겠지만,아직 이를

                 보지 못했다면 무엇을 진여라 하겠는가?말해 보라.
                    화엄경 에서는 “사람이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하면
                 응당 법계의 성품을 관(觀)하라.모든 것은 마음에서 만들어진
                 다”고 하였다.그대들이 이를 안다면 경계와 인연을 만나더라도
                 주인 노릇을 하고 으뜸이 되겠지만,밝히지 못했다면 먼저 엎드
                 려 판결 처분을 듣도록 하라.
                   설두스님은 안목을 드러내어 아주 정확하게 노래하고  금강

                 경 의 영험을 밝히고자 하였다.송은 다음과 같다.


               송
               밝은 구슬[明珠]이 손아귀에 있으니
                -위로는 은하수로 통하고 아래로는 황천에 사무쳤다.무슨 소리 하는
                 가!사방팔방에 두루하고 팔면에 영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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