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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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字)를 말하는 것이다.지금 말한 자와 듣는 자가 반야인지
                 아닌지를 말해 보라.
                   옛사람의 말에 “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다”고 하였고,
                 또한 “손에 경권(經卷)을 들지 않고서도 항상 ‘이’경전을 굴린
                 다”고 말하기도 하였다.이 경전의 영험을 말한다면,무거운 죄
                 업을 가볍게 전해 주고,가벼운 죄업을 아예 받지 않게 하는 데

                 그치겠느냐?설령 성인이 갖고 있는 능력에 필적한다 해도 기
                 특하다 할 것이 없다.
                   듣지 못하였느냐,방거사가  금강경   강론을 듣다가 좌주(座
                 主)에게 물었던 것을.
                   “속인에게 자그마한 질문이 있는데 여쭈어도 될지 모르겠습
                 니다.”
                   “ 의심이 있거든 물어보시오.”
                   “ 경전에 아상(我相)도,인상(人相)도 없다 하였는데,아상․인

                 상이 없다면 누가 강론하며,누가 듣는 것입니까?”
                   좌주가 대답하지 못하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문자를 따라 의미를 이해할 뿐 이 뜻은 모르겠군요.”
                   이에 거사가 송을 지었다.

                     나도 없고 남도 없는데
                     무슨 가까움과 먼 것이 있겠는가.
                     그대에게 좌주살이 그만 하라고 권하노니

                     어찌 참을 구하느니만 같겠는가.

                     금강반야의 성품은
                     하나의 가는 티끌마저도 없고
                     여시아문(如是我聞)에서 신수봉행(信受奉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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