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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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말하였다.
“아이구,아이구!”
천평스님은 일찍이 진산주(進*山主)를 참방한 바 있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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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에 이르러 나복두선(蘿蔔頭禪:무처럼 물렁한 재료로 만든
도장으로 멋대로 인가를 주고받은 선)을 참구하여 뱃속에 담아
두고 이르는 곳마다 큰 소리로 “나는 선(禪)도 알고 도(道)도 안
다”고 큰 소리를 쳤으며,항상 “불법을 안다고 말하지 마라.‘이
것’을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아도 없다”고 하였으며,구린내를
남에게 풍기면서 방자하고 경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모든 부처님이 아직 세상에 출현하지 않고 조사가 서쪽에서
오지 않아,문답이 없고 공안도 있지 않았던 그 이전에도 선과
도가 있었던가?옛사람이 마지못하여 기연에 따라 가르침을 베
푸셨는데 후세 사람들은 이를 공안이라 불렀다.세존께서 꽃을
들어 보이시자 가섭이 미소지었다.뒤에 아난이 가섭에게 물었
다.
“세존께서 금란가사(金襴袈裟)를 전한 이외에 따로 어떤 법
을 전하였는지요?”
“ 아난아.”
아난이 “네”하고 대답하자,가섭은 “문 앞의 찰간(刹竿)대를
거꾸러뜨리도록 하라”고 하였다.세존께서 꽃을 들어 보여주시
지 않으시고,아난이 묻기 이전에 어느 곳에서 공안을 찾을 수
있었겠는가?오로지 총림에서 오이에 새긴 도장으로 인가를 받
고서 문득 “나는 불법의 오묘함을 알았다.다른 사람에게 알리
지 마라”고 말한다.천평스님이 바로 이와 같았다.그러나 서원
스님에게 연이어 두 차례 “틀렸다”는 질책을 당한 후엔 곧바로
*삼성본에는 ‘進’자가 ‘焦’자로 표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