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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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213


               뱃속 가득히 참구하고서도 쓰지 못하네.
                -그래도 쓸 곳은 있겠지.모난 나뭇자루는 둥근 구멍에 들어가진 않는
                 다.(설두)화상도 그와 함께 동참하시는군.

               불쌍하고 가소롭다,천평 늙은이여.
                -천하의 납승이 뛰어도 벗어나지 못한다.옆사람이 이맛살 찌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그래도 남을 어리석게 만드는구나.
               행각이 당초부터 후회스럽다 여겼더니
                -행각하기 이전에 틀려 버렸다.(이리저리 행각하느라)신발을 떨군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한 붓으로 싹 지워 버려라.
               틀렸어,틀렸어.
                -이는 무엇일까?설두는 이미 ‘틀렸어’라는 데 대한 말을 끝냈다.

               서원스님의 맑은 바람이 단박에 녹아 버렸네.
                -서원이 어느 곳에 있느냐.무엇인가?서원이라 말하지 마라.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천하의 노스님도 반드시 삼천 리를 물러서야 한다.이
                 를 안다면 천하에 종횡한다 인정하리라.

               (설두스님은)다시 말한다.
               “홀연히 어떤 납승이 나와서 ‘틀렸어’라고 말하였다.
                -한 문서로 죄상을 몽땅 처리했군.그래도 아직 조금 멀었다.
               설두스님의 ‘틀렸어’라는 말은 천평스님의 틀린 것과 비교하면
            어떤가?”
                -서원이 다시 출현하였다.죄상에 의거하여 판결하였다.모조리 관계
                 가 없다.말해 보라,결국 뭐냐!(원오스님은)치면서 말한다.틀렸다.

               평창
                   “선가들이여,경솔하고 천박함을 좋아하여 뱃속 가득히 참구
                 하고서도 쓰지 못하네”라는 말은,이놈(천평스님)이 알기는 했
                 으나 쓰지 못하였다.평소에 하늘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그(천

                 평스님)는 조그만치 선을 알았다”고 말하나,불꽃이 이글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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