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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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를 붙잡으며 여름을 지내면서 나와 함께 헤아려 보자고
하였다.나는 그때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내가 그곳
을 떠나 남방으로 갈 때 비로소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이놈(천평스님)이 말은 잘한다만 제7․제8차원에 떨어져 헤
아리고 있을 뿐,그러나 전혀 관계가 없다.
요즈음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 남방으로 갈 때 비로소 틀렸
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을 가지고 헤아리며 말한다.
“행각하지 않았을 때는 자연히 허다한 불법과 선도가 없었지
만 행각을 할 때 총림에서 낯뜨거운 기만을 당했었다.행각하지
않을 때도 땅을 하늘이라 하고 산을 물이라 해서는 안 된다.이
는 조그만치도 일삼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모두 이와 같은 세속[流俗]의 견해를 낸다면 무엇 때문에 모
자 하나를 사 쓰고 관리인 체하지 않느냐?그러나 대가(大家)가
지날 때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불법이란 이러한 이야기가 아니다.‘이 일’을 논한다면 어찌
많은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그대가 만일 나는 아는데 그는
모른다고 말하면서 한 짐의 선(禪)을 짊어지고 천하를 두루 달
리다가 눈 밝은 사람에게 시험을 당하면 한 점도 써 보지 못할
것이다.설두스님은 이같이 송을 하였다.
송
선가들[禪家流]이여,
-먹통이군.한 문서로 모든 죄상을 다스린다.
경솔하고 천박함을 좋아하여
-그래도 조금은 있구나.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는 사람들이 삼대
처럼 수없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