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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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219
았는데,저에게 반드시 부족한 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인께서는 이를 말씀해 주십시오.”
협산전좌는 말하였다.
“좌주(座主)께서 묻지 않으셨다면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었
습니다만,좌주께서 이왕 물으셨으니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실로 좌주께서 법신을 몰랐기 때문에 웃었던 것입니다.”
“ 아까처럼 해설하면 어느 곳이 잘못된 것입니까?”
“ 좌주께서는 다시 한 번 말해 보십시오.”
“ 법신의 이치는 마치 허공 같아,시간적으로는 삼제(三際)를
다하고 공간적으로는 시방(十方)에까지 뻗쳐,팔극(八極)에 가득
하고 하늘과 땅을 포괄하였습니다.이는 인연 따라 감응하며 두
루두루하지 않는 바 없습니다.”
“ 좌주의 말씀이 옳지 않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다만 이는
법신의 주변적인 것만 알았을 뿐 실제로 법신은 알지 못한 것
입니다.”
“ 그렇다면 선객께서는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십시오.”
“ 정 그러시다면 좌주는 잠시 강의를 그만두시고 열흘간만 고
요한 방에서 고요히 생각하며,마음을 거두고 생각으로 거두어
선악 따위의 모든 반연을 일시에 놓아버리고 스스로 궁구해 보
십시오.”
부상좌는 그의 말대로 똑같이 하였는데,초저녁에서 오경(五
更)에 이르러 북 울리는 소리를 듣고 홀연히 깨치게 되었다.이
에 곧바로 선객의 문을 두드리자,전좌는 말하였다.
“누구시오?”
“ 접니다.”
전좌는 혀를 찬 후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