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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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223
-가엾구나.제접해서 무엇에 쓰려고.
일찍이 비로자나의 정상을 뛰어넘었노라.
-모든 사람들은 왜 이러하질 못할까?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되고 말았
군.그대는 어떻게 뛰어넘겠는가?
철퇴로 황금 뼈를 쳐부수니
하늘과 땅 사이에 무슨 물건이 있겠는가?
-아득한 사해에 지기(知己)가 적구나.온몸에 짐을 짊어졌다.모래를
뿌리고 흙을 뿌린다.
삼천찰해(三千刹海)침침한 밤에
-높이 쳐다보아라.제 영역을 꼭 잡고 있구나.그대는 귀신 굴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느냐?
누가 창룡굴(蒼龍窟)에 들어갈지 모르겠네.
-서른 방망이에서 한 방망이도 빼지 말고 때려라.염송했구나.알겠느
냐?쯧쯧!여러분의 콧구멍이 설두스님에게 뚫려 버렸다.자기의 청
정법신이 있다고 잘못 인식하지 마라.
평창
“한 나라의 국사 또한 억지 이름,남양 홀로 명성을 떨쳤다”
는 것은 하나같이 참으로 찬탄한 듯하다.듣지 못하였느냐,“지
극한 사람[至人]은 이름 붙일 수 없다”는 말을.국사라 부르는
것도 억지로 붙인 이름일 뿐이다.국사의 도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이처럼 훌륭하게 사람을 제접하니,오로지 혜
충국사만이 작가답다고 인정한 것이다.
“당나라를 떠받치는 참다운 천자,일찍이 비로자나의 정상을
뛰어넘었노라”는 것은,안목을 갖춘 납승의 견해라면 비로자나
의 정상을 뛰어넘어야 십신조어(十身調御)를 볼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부처를 조어라 말하는 것은 부처의 십호(十號)가운데
하나이다.한 몸이 십신(十身)으로 변화하고 십신이 백신(百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