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8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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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구나.
               혹은 손가락에 혹은 손아귀에 나타나
                -살펴보라.과연 이는 옳지 않다.

               하늘까지 뻗치는 칼은 서슬이 시퍼렇군.
                -베어라.엿보았다 하면 눈이 먼다.
               훌륭한 대장장이라도 갈지 못하고,
                -다시 담금질하여 무엇 하려고.간장(干將)의 보검도 상대할 수 없다.
               뛰어난 기술자일지라도 털고 닦느라 쉬지 못하네.

                -사람들이 지나갈 수 없다.설령 간장의 보검을 꺼내 온다 해도 3천
                 리는 도망쳐야 한다.

               좋구나,좋구나.
                -쯧쯧!뭐 별거 있나.찬탄할 만하다.
               산호의 가지마다 달이 달려 있구나.
                -3경(三更)에 달이 지고 쓸쓸한 연못에 그림자 비친다.말해 보라,어
                 느 곳으로 갔는가?곧 천하가 태평하겠군.술 취한 뒤에 어설프게 남
                 을 근심시키는군.

               평창
                   “공평하지 못한 일을 공평하게 하려 하는 못난 듯한 뛰어난
                 솜씨여!”라는 것은,옛날 어느 협객이 길에서 강한 사람이 악한
                 자를 능멸하는 공평하지 못한 일을 보고서 곧바로 칼을 날려
                 강한 자의 목을 잘라 버렸다.그러므로 종사(宗師)들은 눈썹 속
                 에는 보검을 감춰 두고 소맷자락에 무쇠 철퇴를 넣고 다니며
                 공평하지 못한 일을 결단해 준다.

                   “못난 듯 뛰어난 솜씨여!”라는 파릉스님의 답은 불공평한 일
                 을 공평하게 하려는 데 있는데,그의 말이 너무나 교묘하여 도
                 리어 못난 듯한 것이다.왜냐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휘두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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