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1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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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231


                 갚아 줄 수도 있다.”
                   “ 아버님은 지난날 허물이 없었는데 억울하게 형벌을 당하였
                 습니다.그대가 그처럼 은혜로 베풀어준다 하니,무엇이 필요합
                 니까?”
                   “ 그대의 머리와 칼이 있어야 한다.”
                   미간적이 칼과 머리를 잘라 주자 객은 이를 가지고 초왕에게

                 올리니,초왕은 몹시 기뻐하였다.이에 객이 “그의 머리를 기름
                 에 삶으십시오”라고 하여,마침내 가마솥에 머리를 던져 넣었는
                 데 객이 거짓[詒]*으로 “머리가 문드러지지 않는다”고 하니,왕
                                44)
                 이 몸소 임하여 살피려 하자,객이 뒤에서 칼을 들어 왕의 머리
                 를 베어 가마솥에 던지자 이때에 두 개의 머리가 솥 안에서 서
                 로 물어뜯으며[囓]*싸웠다.객은 미간적이 이기지 못할까를 염
                                 45)
                 려하여 그를 돕고자 자신의 목을 찔러 솥에 던지니 세 개의 머
                 리가 서로를 물어뜯다가 한참 후에 모두 문드러졌다 한다.*
                                                                     46)
                   설두스님이 “하늘까지 뻗치는 칼은 서슬이 시퍼렇군”이라 한
                 것은 흔히 말하는 “하늘을 기댄 장검의 시퍼런 광채가 눈을 비
                 춘다”는 것이다.이 칼은 비록 훌륭한 대장장이라도 연마하지
                 못하고,비록 뛰어난 기술자로서도 털고 닦기를 그만둘 수 없
                 다.뛰어난 기술자란,바로 간장(干將)이다.고사(故事)에 잘 드
                 러나 있다.
                   설두스님이 송을 끝마치고 맨 끝에서 “좋구나,좋구나”라고

                 말하니 참으로 기특하다 하겠다.참으로 좋다.평범한 칼과는
                 다르다.말해 보라,어떤 곳이 참으로 좋은지를.
                   “산호의 가지마다 달이 달려 있다.”이는 이른바 전무후무한

            *詒:음은 待자와 같고,속인다[欺]는 뜻이다.
            *囓:倪자와 結자의 반절.물어뜯는다[噬]는 뜻이다.
            *사천본(四川本)에는 초왕(楚王)이하 여기까지의 내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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