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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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229


                 않고 외진 곳에서 보이지 않게 사람의 머리를 잘라,사람들이
                 미처 느끼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혹은 손가락에 혹은 손아귀에 나타나 하늘까지 뻗치는 칼은
                 서슬이 시퍼렇군”이라는 말을 안다면 마치 하늘을 기댄 장검에
                 늠름한 위엄이 서린 것 같다.옛사람(반산스님)의 말에

                     마음 달이 호젓이 둥글어

                     빛이 만상을 비추네.
                     빛은 경계를 비추지 않고
                     경계 또한 있지 않다.
                     빛과 경계를 모두 잊으니
                     무슨 물건이 있으랴.

                 라고 하였다.이 보검이 손가락에 나타나기도 하고 홀연히 손아
                 귀에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옛날 경장주(慶藏主)가 이를 말하다가 손을 세우고서 말하였
                 다.
                   “보았느냐,꼭 손과 손가락 위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설두스님은 남의 길을 빌려 지나가면서 그대들에게 옛사람의
                 뜻을 보여준 것이다.말해 보라,모든 곳이 다 취모검이다.그러
                 므로 “세 단계로 된 폭포를 뛰어올라 물고기는 용으로 변화했
                 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깊은 밤에 연못물을 퍼낸다”고 하였다.


                    조정사원(祖庭事苑)에 기재된 효자전(孝子傳)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초왕(楚王)의 부인이 여름에 시원한 곳을 찾아서 쇠기둥을
                 껴안았는데 이에 교감(交感)된 바 있어 임신을 하였다.그 후
                 하나의 무쇳덩이를 낳았는데,초왕은 간장(干將:벼슬 이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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