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6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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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채가 만상(萬像)을 비추는군.4해 9주(四海九州)에 광명이 있다.
평창
파릉스님이 창칼을 쓰지 않았는데도 온 세상 적잖은 사람들
의 혓바닥이 땅에 떨어졌다.운문스님이 사람을 제접하는 법이
이와 같은데,그(파릉스님)는 운문스님의 적자였으며,또한 각기
책략을 갖추고 있기에 “나는 소양(韶陽:운문스님)의 신정기(新
定機)를 좋아한다.그는 일생 동안 사람의 못과 쐐기를 뽑아 주
었다”라고 하였는데,이 화두가 바로 이러한 경지였다.이 한
구절에 자연 세 구절,즉 하늘과 땅을 뒤덮는 구절[函蓋乾坤],
모든 사량분별을 끊는 구절[截斷衆流],상황에 맞추어 설명하는
구절[隨波逐浪]을 갖추고 있다.대답 또한 기특하였다.
부산(浮山)의 원록공(遠錄公)이 말하였다.
“깨치지 못한 사람이 어구[句]를 참구하는 것은 뜻[意]을 참
구하는 것만 못하나,깨친 사람은 뜻을 참구하는 것이 어구를
참구하는 것만 못하다.”
운문스님 회하의 세 큰스님은 모두 취모검에 대하여,“요
(了)!”라고 하였는데,파릉스님의 대답은 ‘요(了)’자를 능가하니,
이것이 바로 훌륭한 어구이다.
말해 보라,‘요(了)’자와 ‘산호의 가지마다 달이 달려 있다’는
말은 같은 것인지,아닌지를.
앞(제27칙)에서 “삼구(三句)를 분별하고 한 화살촉이 허공을
끼고 돈다”고 말한 바 있다.이 화두를 알고자 한다면 반드시
알음알이[情塵]와 의식[意想]을 말끔히 끊어 없애야만이 비로소
산호의 가지 끝에 매달린 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만일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한다면 더더욱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구절은 선월(禪月)스님이 벗을 그리며 읊은 시에서 나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