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6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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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大德)임인(壬寅,1302년)중추(中秋)에
천동사(天童寺)에 사는 제7세 법손 비구 정일(淨日)은 두 손 모아 삼
가 서하노라.
풍자진의 후서
유문(儒門)의 자공(子貢)은 동방의 성인(공자)에게 대단한 공헌이 있었
다.예컨대 훌륭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잘 달린다.그러나 (공자
가 걸으면 따라서 걷고,공자가 뛰면 따라서 뛰지만,공자가 먼지도 일으
키지 않고 달리면)뒤에 남아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라고 말했던 안자(顔
子)와 같다.(공자는 “하늘이 어찌 말하리오”라 했는데)우리 훌륭하신 스
승 공자께서는 그 ‘말없는 하늘’에서 노니신 지가 오래되었다.
영취산의 모임에서 사부대중이 바다처럼 모였으나,세존께서 꽃을 드
신 깊은 뜻은 아무도 몰랐고 가섭존자만이 미소지었다.이는 우리 유학
에,(공자가 나의 도는)하나로 관통한다고 하자,(증자만이)그렇다고 했
을 뿐 모두 말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했던 것과 같다.단박에 사무치고 깨
달아,당시 증자가 (공자가 말한 ‘하나’라는 것은 정성스러움[忠]과 너그
러움[恕]이라고 했는데)정성스러움과 너그러움이라는 깊은 뜻을 밝혀 내
지 못했다면,어찌 문인들만이 깊이 의심했겠으리오.천 년이 지난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