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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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239
















            로부터 이 소식을 얻었다.서촉에서 만든 비단 짜는 베틀을 하나 천연스

            럽게 얻어,옛날의 꽃무늬를 의구하게 짜냈다.생각건대 주림신(主林神)
            이 가만히 땅으로 변하여,가호가 지금에 이른 것이다.따져 보니 역시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인연이다.청량지(淸凉池)위에 바늘과 겨자씨가 서
            로 만난 듯하다.베껴 쓰고 남에게 연설한 공덕은 반드시 훌륭한 복덕이
            될 것이다.하물며 어찌 쇠나 돌에 새겨서 널리 유포시키는 것이야 말해
            서 무엇 하리오.
               거사의 두 아들의 마음의 병의 원인은 원래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
            다.어줍잖은 사람들이 망령되이 알음알이로 헤아린다.거사가 눈앞에서
            충분히 말할 수 없는 재앙이나 복으로 말미암아 그들처럼 역시 알음알이
            로 헤아린다면,이것도 역시 서로를 이끌어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찌 재앙을 면하리오.

                명험기(冥驗記)에 패국(沛國)의 주씨(周氏)에게 세 아들이 있는데
            모두 말 못 하는 병에 걸렸다고 한다.하루는 한 길손이 문을 지나다 말
            하기를,“그대는 지난날의 허물을 살펴봄이 좋을 듯합니다”했다.그 소
            리를 듣고 선뜻 기억나는 것이 있었다.어렸을 적에 제비집에 있는 새끼
            제비 세 마리를 발견하고,그 어미가 없는 틈을 타 그 새끼 제비에게 가
            시 달린 열매[蒺藜]를 하나씩 먹였었다.그러자 모두 죽어 버렸다.그 어
            미도 슬피 울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그것을 늘 스스로 후회하고 자신을
            자책하던 바였다.객이 말했다.“그대는 잘못을 알고 죄를 참회하니 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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