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8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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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하다.참으로 희유하고 대단히 만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거사의 두 아들이 마음의 병을 얻었다.어떤 이들은 말하기를,
‘근두경(勤竇經:원오 극근스님과 설두 중현스님이 지은 경전이라는 의
미)’의 경판[板]을 대혜 종고상좌가 없앴으니,거사는 그 타버린 재를 모
아서는 안 된다.그래서 해와 달의 빛 때문에 이런 과보를 얻게 되었다
고 한다.
거사는 그 이야기를 의심하여 나에게 물어 왔다.나는 생각하기를,원
오스님의 문인들이 모두가 다 대혜 종고상좌라 할지라도 벽암은 스스로
푸르니 어찌 말할 게 있겠는가?종고상좌는 달을 보고 그것을 가리키던
손가락 끝에 매이지 않았다.그러나 고불을 문책하여 독한 불꽃이 하늘
까지 치솟았다.찰간을 거꾸러뜨려 한 발의 활도 쏘지 않았다.그러니 그
는 결코 달을 알지 못한 자이다.누가 장차 손가락 끝 가리키는 저 너머
를 보아 그것(달)을 가리켜 주랴.
어떤 사람이 또 말하기를,종고상좌가 이 책을 불살라,그것을 사귀
(社鬼)에 맹세한 것이 매우 엄중하다.거사의 두 아들의 병(의 원인)이 참
으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종고상좌가 불태우려고
횃불을 들었을 때,묵은 종이를 태우니 모두 붉어졌다.무슨 연고로 밀실
에 바람이 통했을 리가 있었겠는가?원오스님의 목숨과 혀는 애초부터
타지 않은 다른 곳에 있었다.
별 하나가 흩어지니 달은 밝고 산은 쓸쓸해졌는데,장명원거사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