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7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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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237
도 결코 ‘하나로 관통한다’(에서 그 하나가 무엇인지 몰라)미혹의 구름
을 걷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세월은 다르지만,성도의 불과 원오선사가 협산 방장실에서 홀(笏)을
들고 설두스님의 송고백칙 을 강의하였다.그런데 수행하는 이들이 언
구에 빠져 예로부터 내려오는 여러 조사들의 가르침을 저버릴까 걱정하
여,원오스님의 훌륭한 제자 대혜 종고상좌가 스승의 혀를 자르고 확 불
을 지르니,연기가 휘몰아치더니 모두 타버렸다.생각건대 가는 털 하나
를 허공에 던지는 것 같기도 하고,물방울 하나를 큰 계곡에 던지는 것
같다.이것은 마치 옛날 덕산스님이 기름떡을 파는 노파의 앞에서 금강
경소초를 모두 불질러 (재가)싸늘하게 식어서 싹 없어졌던 것과 같다.
그러나 들에 놓은 불이 모두를 태워도 태우지 못하는 것이 있어,봄
바람이 불어오면 다시 새싹이 돋아나는 것과 같이,꽃이 벽암에 떨어지
니 양지 바른 언덕에 수놓은 듯하다.과거 여러 겁을 지나 죽은 재에서
다시 소생하니 무엇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우중의 장명원거사가 그림
자 없는 나무 위에 손수 심고 나서부터 허다한 말이 다시 생겨나니 전체
가 잘못 드러났다.
반야는 설할 수 없건만 여러 하늘 신들이 꽃비를 내리기까지에 이르
렀다.백칠팔십 년 후에 납승들의 콧구멍[鼻孔:근거 기반]이 대뜸 뚫리
니,전에는 일찍이 맡아 보지 못했던 기품 있는 향기이다.하루아침에 물
처럼 뿜어 오르고 구름처럼 피어오르니,8만 4천 털구멍에 모두 두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