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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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지만 금우스님은 마음씨가 좋지는 않다.”
-도적이 도적을 알고 망상꾸러기가 망상꾸러기를 아는구나.찾아와 시
비하는 놈이 정말 시비하는 놈이다.
어떤 스님이 장경(長慶)스님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보살아!밥 먹어라’고 한 뜻은 무엇입니까?”
-참으로 의심스럽네.원래 귀결처를 몰랐구나.장경스님이 무어라고
말할까?
“재(齋)로 인하여 축하하고 찬양하는 것과 똑같다.”
-분위기에 걸맞게 장단을 맞추네.죄상에 의거하여 판결을 한다.
평창
금우스님은 마조스님 회하의 큰스님이시다.점심때가 되기만
하면 밥통을 들고 승당 앞에서 춤을 추면서 껄껄대며 웃고 말
하였다.
“보살아!밥 먹어라.”
이같이 줄곧 20년 동안 하였는데,말해 보라,그의 뜻은 어디
에 있었는가를.이를 단순히 ‘밥 먹어라’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면 평소에 목어(木魚)를 두드리고 북을 두드리는 것도 또한 밥
때를 알리는 것이다.그런데 무엇 때문에 밥통을 들고 와서 숱
한 재주를 피우는 것일까?이는 그가 미친 게 아닐까?아니면
법문을 하는 것인가?만일 이를 법문을 하는 것이라 한다면 왜
보화왕좌(寶華王座:설법상)위에서 선상을 두드리고 불자를 세
우지 않았을까?이처럼 해서 무엇 하려는 것이었을까?요즈음
사람들은 옛사람의 뜻이 말 밖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왜
그들은 달마조사가 처음 붙인 제목이 무엇이었는가를 살펴보지
않을까?
분명히 말씀하시기를 “교(敎)밖에 따로 전하여 오직 심인(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