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37
벽암록 下 37
얻을 수 있다.그러므로 “맨 끝의 한 구절이 비로소 견고한 관
문에 이르렀다”고 하였는데,이는 요새가 되는 나루터를 꽉 틀
어막아 성인도 범부도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일을 논한다면 문 앞에서 한 자루 칼을 어루만지는 것과
같아서 머뭇거리기만 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그러므로 또한
“비유하면 칼을 빼어 허공을 휘두르는 것과 같으니,됐는지 안
됐는지를 말하지 마라”고 하였으니,팔면이 영롱한 곳에서 알아
야 할 것이다.
듣지 못하였느냐,옛사람의 말을.
“이 깜깜한 먹통아!”
“ 여우같은 정령아!”
“ 장님아!”
말해 보라,이는 일방 일할(一棒一喝)과 같은 것일까,아니면
다른 것일까?천차만별이라 하나 한가지임을 알면 자연히 팔방
에서 대적할 수 있게 된다.“지장스님의 머리는 희고,회해스님
의 머리는 검다”는 말을 알고 싶은가?나의 은사 오조(五祖)스
님께서는 “봉후선생(封后先生:백성을 잘 다스리는 어르신네.
封은 風과 음이 통함)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설두스님의 송
은 다음과 같다.
송
지장스님의 머리는 희고 회해스님의 머리는 검음이여,
-반절은 닫히고 반절은 열렸구나.한 번은 칭찬했다 한 번은 꾸짖었다
하는군.금악기가 울리고 옥경쇠가 끝마무리를 짓는다.
눈 밝은 납승도 알 길이 없네.
-다시 30년을 더 수행하라.끝내 남에게 콧구멍을 뚫려 버렸군.산승
(원오스님)은 턱이 떨어져 말을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