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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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47


               “다르지 않습니다.”
                -죽음 속에서 살아나는 녀석이군.이런 녀석이 하나는커녕 반 명도 없
                 다.쇠말뚝과 같다.실다운 경지를 밟았다.

               “다르지 않다면 다시 그에게로 가거라”하고서 대뜸 후려치자,
                -분명하군.올바른 법령을 시행했군.
               “방망이 끝에 눈이 있습니다.사람을 함부로 쳐서는 안 됩니
            다.”

                -이것도 작가이어야 할 수 있다.이놈이 사자로구나.
               “오늘은 (쓸 만한 놈)한 놈만 친다”고 말하고서,또다시 세 차
            례를 후려치자,
                -뭐,한 놈이라고 말하느냐,(쓸 만한 녀석이)천놈 만놈이다.
               스님이 나가 버리니,
                -참으로 이 집안 사람이군.굴욕을 당했을 뿐이다.상황을 보고서 움
                 직였구나.

               “억울한 방망이를 얻어맞는 놈이 있기는 있었구나.”
                -벙어리가 쓴 외를 먹고도 아무 말도 못 하는 것과 같군.풀어줬다가
                 또다시 잡아들이는군.다시 되돌아온들 또한 무엇 하랴!

               스님이 몸을 돌리면서 말하였다.
               “국자 자루가 스님의 손아귀에 있는 데야 어떡합니까?”
                -여전히 360일 (한결같군).참으로 영리한 납승이다.
               “그대가 필요하다면 그대에게 돌려주겠다.”
                -누가 임금이며 누가 신하인가?감히 호랑이 입 속에 누웠다.좋고 싫
                 은 것도 제대로 구별 못 하다니.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오구스님의 손에 있던 방망이
            를 빼앗아 세 차례 후려치니,
                -이것도 작가 선객이어야 할 수 있다.빈(賓)․주(主)가 서로 바뀌었다.
                 놓아주고 빼앗기를 적절하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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