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43

벽암록 下 43


                 印)만을 전한다”고 하였다.옛사람의 방편이란 그대들에게 대뜸
                 알도록 하였는데,후세 사람들은 헛되이 스스로 헤아리면서 “거
                 기에 뭐 대수로운 일이야 있었겠나.추우면 불 쪼이고,더우면
                 시원한 바람 쏘이며,배고프면 밥 먹고,피곤하면 잠잔다”고 말
                 들을 한다.
                   이와 같은 상정(常情)으로 뜻풀이를 하고 주석을 붙이면[義解

                 詮註]달마의 일종(一宗)은 땅을 쓸어버린 듯 없어질 것이다.이
                 는 옛사람이 하루종일 끊임없이 잊지 않고 이 일을 밝히려 했
                 다는 점을 모른 것이다.
                   설두스님이 한 “그렇기는 하지만 금우스님은 마음씨가 좋지
                 않다”는 한 구절을 많은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다.이른바 으뜸
                 가는 제호의 맛이란 세상에서 최고인데 이런 사람을 만나면 도
                 리어 독약이 되는 경우이다.
                   금우스님은 한 수준을 낮추어서 사람을 지도하였는데,설두

                 스님은 무엇 때문에 “마음씨가 좋지 않다”고 말하였을까?무엇
                 때문에 이처럼 말하였을까?납승이라면 반드시 쌩쌩한 정신[生
                 機]이 있어야 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요즈음 사람은 옛사람의
                 경지에 이르지도 못하고서 오로지 “무슨 마음을 보며,무슨 부
                 처를 보랴”고 말들을 한다.이런 견해를 지닌다면 금우 노작가
                 를 헐뜯는 일이니,반드시 자세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오늘도
                 내일도 입으로만 지껄인다면 깨칠 기약이 없을 것이다.

                   그 뒤 장경스님이 상당법문을 하자,어떤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은 ‘보살아!밥 먹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뜻은 무엇
                 입니까?”
                   “ 재(齋)로 인하여 축하하고 찬양하는 것과 똑같구나.”
                   존숙께서 너무도 자비로움이 많아 적잖은 허물을 지었다.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