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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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이다.이른바 의로움을 보고서도 행하지 않는다면 용기가 없
다.그는 다시는 머뭇거리지 않고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서 오구
스님의 손아귀에 있는 방망이를 빼앗아 세 차례 후려치자,오구
스님이 말하였다.
“억울한 매로군,억울한 매야.”
그대들은 말해 보라,이 뜻이 무엇이었는가를.
처음엔 “억울한 방망이를 얻어맞는 놈이 있기는 있었구나”
하시더니만,이 스님이 치자 “억울한 매로군,억울한 매야”라고
말하였다.
스님이 “누가 맞고 있습니까?”라고 하자,오구스님은 “경솔
하게 치는 놈이군”하고 말하였다.처음에는 “경솔하게 한 대를
친다”하고서 끝에 가서는 스스로 방망이를 맞으면서 무엇 때
문에 “경솔하게 (어른을)치는 놈”이라고 말하였을까?당시 이
스님이 영리하지 않았더라면 오구스님을 어떻게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스님이 문득 절을 올렸는데,이 절은 가장 독살스러운 것으
로 좋은 마음씨는 아니었다.이는 오구스님이 아니었다면 그를
알아서 타파하지 못했을 것이다.오구스님의 “이렇게 되고 말았
군”하는 말에,스님이 큰 소리로 웃으면서 나가 버리자,다시
오구스님이 말하였다.
“이처럼 할 수 있다니,이처럼 할 수 있다니.”
두 작가들이 서로를 알아본 곳을 살펴보면,처음부터 끝까지
빈․주가 분명하며,끊겼다가 또 이어지곤 했다.실로 이는 기
봉을 서로 주고받은 것이다.그는 여기에 이르러서도 서로 주고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다.이 어른들은 정진(情塵)과 의상(意想)
이 끊겨 둘 다 모두 작가로서,누가 잘했다 잘못했다를 말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