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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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49
스님이 결국은 한 식구가 되었다.한 차례 감파하고 분별한
빈․주의 문답이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다웠다.
오구스님이 스님에게 “정주스님의 말씀은 이곳과 같으냐?”라
고 하니,스님은 대뜸 “다르지 않다”고 말하였다.이를 살펴보
면,당시 오구스님이 아니었다면 이 스님을 어떻게 해보기가 어
려웠을 것이다.그러나 오구스님은 “다르지 않다면 다시 그에게
로 가거라”고 하고 문득 후려쳤지만 스님 또한 작가인 데야 이
를 어찌하랴.그러므로 바로 “방망이 끝에 눈이 있습니다.사람
을 함부로 쳐서는 안 됩니다”라고 하였다.
오구스님은 한결같이 법령을 집행하면서 “오늘은 (제대로 된
놈)한 놈만 친다”하고서 또다시 세 차례를 치자,스님은 바로
가버렸다.
두 사람의 매끄럽게 주고받는 경지를 살펴보면 모두가 작가
답게 ‘이 일’을 해결했다.이는 반드시 흑백을 분별하고 길흉을
알아야 한다.스님이 나가기는 하였지만 이 공안을 완전히 터득
하지는 못했다.오구스님은 시종일관 그의 실다운 경지를 시험
하고자 그가 어떻게 하는가를 살펴보았고,이 스님은 문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그 때문에 그를 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오구스님이 대뜸 “억울한 방망이를 얻어맞는 놈이 있기는 있
었구나”라고 하자 스님은 몸을 돌리면서 말을 하려다가 도리어
그와 다투지 않고 가벼이 돌려서 말하였다.
“국자 자루가 화상의 손아귀에 있는 데야 어떡합니까?”
오구스님은 정수리에 외알눈을 갖춘 종사였다.그러므로 감
히 사나운 호랑이 입 속으로 몸을 눕히면서 말하였다.
“그대가 필요하다면 그대에게 돌려주겠다.”
스님은 팔꿈치 밑에 호신부(護身符)가 있는 (용감무쌍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