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52
52
만 겹이다.
그에게 준 국자 자루가 너무나 두서없었네.
-이미 말 이전에 있다.하마터면 죽을 뻔했다.30대를 때려야 하리라.
말해 보라,어느 곳에 잘못이 있는가를.
평창
“부르기는 쉬워도 보내기는 어렵다”는 것은,한결같이 모두
단계를 낮추어 한 말로서 설두스님의 각별한 자비심을 볼 수
있다.흔히 말하기를 “뱀을 부르기는 쉬워도 보내기는 어렵다”
고 한다.요즈음 휘파람을 불어 뱀을 부르기는 쉽지만 뱀을 보
낼 때가 더욱 어려운 것과 같으니,이는 방망이를 가지고 때리
기는 쉬워도 다시 방망이를 빼앗고 보내기는 어렵다는 것과 같
다.이것은 반드시 본분의 솜씨가 있어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오구스님은 작가였다.뱀을 부르는 솜씨도 있었고,뱀을 보내
는 수단도 있었으며,스님 또한 눈감고 조는 놈이 아니었다.오
구스님이 “정주스님의 말씀은 이곳과 무엇이 같더냐”고 물은
것은 그를 부른 것이며,오구스님이 대뜸 후려친 것은 그를 보
낸 것이다.그리고 스님이 “방망이 끝에 눈이 있습니다.사람을
함부로 쳐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한 것은,이 스님에게로 다가
가서 부른 것이며,오구스님이 “그대가 필요하다면 그대에게 돌
려주겠다”고 말하자,스님이 앞으로 다가가서 방망이를 빼앗아
세 차례 친 것은 스님을 보낸 것이며,스님이 큰 소리로 웃으며
나가 버리자,오구스님이 “이처럼 할 수 있다니,이처럼 할 수
있다니”라고 한 것은 분명 그를 보낸 것이다.
두 스님을 살펴보면,기봉을 서로 주고받음이 베틀 위에 실
낱이 오고 가듯이 하나를 이루었으며,처음부터 끝까지 빈․주
가 또렷하였으며,때로는 주인이 손님으로 되기도 하였으며,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