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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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53
로는 손님이 주인으로 되기도 하였다.설두스님은 이를 이루 다
찬탄할 수 없었다.그러므로 “서로 주고받은 기봉을 자세히 보
라”고 말한 것이다.
“견고한 겁석(劫石)*도 오히려 부서졌다”는 말에서 겁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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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40리,너비가 8만 4천 유순(由旬),두께 또한 8만 4천 유
순이다.5백 년에 한 번 하늘나라 사람이 내려와서 여섯 푼[六
銖]짜리 가벼운 소맷자락으로 한 번 스치고,또 5백 년이 되면
다시 이처럼 스친다.이처럼 바위를 스쳐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기간을 일겁(一劫)이라 하는데,이를 “가벼운 옷자락으로 바위
를 스치는 겁[輕衣拂石劫]”이라고 한다.
설두스님의 “견고한 겁석도 오히려 부서진다”는 것은 겁석이
란 아무리 견고하더라도 닳아서 없어질 수 있지만,이 두 스님
의 기봉은 천고만고에 결코 다함이 없다는 것이다.
“푸른 바다 깊은 물도 디디자마자 곧 마른다”는 것은 거대한
파도가 아득하고 흰 물결이 하늘까지 넘실거리지만 두 스님이
그곳에 서 있노라면 푸른 바다도 마르게 된다는 것이다.
설두스님은 여기에 이르러 일시에 송을 끝마치고 끝에서 다
시 “오구 늙은이여,오구 늙은이여,몇 번이나 이와 같았을까?”
라고 말하였다.때로는 사로잡기도 하고 때로는 놓아주기도 하
며,때로는 살리기도 하고 때로는 죽이기도 하였다.필경 몇 번
이나 이처럼 하였을까?
“그에게 준 국자 자루가 너무나 두서없었네”라는 것은,주장
자는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사용하고,역대의 조사들도 사용했
으며,종사가도 사용하면서,못과 쐐기를 뽑아 주었고 끈끈한
*겁석(劫石)의 크기에 대한 기록은 잘못되었다고 당본에서는 지적하고 있다.삼성
본에서 이 잘못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당본과는 다른 계통의 판본임
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