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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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93


                 말하기를 “다섯 걸음을 도망하다가 죽게 될까 염려스럽다.당시
                 에 다섯 걸음 밖을 벗어나 살아남았을 때는 무리를 이루어 호
                 랑이를 쫓아갔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고라니 가운데 왕고라니는 창처럼 날카로운 뿔이 있어 호랑
                 이도 그를 보면 두려워하여 도망을 한다.고라니는 사슴 가운데
                 왕이다.항상 많은 사슴을 이끌고 호랑이를 쫓으며 다른 산으로

                 들어간다.
                   설두스님은 뒤이어 노래하기를,약산스님에게도 문제의 핵심
                 에 당면하여 몸을 벗어날 곳이 있었기 때문에,“정안(正眼)은
                 원래 사냥꾼에게 주어져 있었다”고 하였다.약산스님은 활을 쏠
                 줄 아는 사냥꾼과 같았고,그 스님은 고라니와 같았다.
                   설두스님이 마침 상당(上堂)법문에서 이 화두를 들어 한 덩
                 어리로 묶고 소리 높여 한 구절을 말하였다.
                   “화살을 보아라.”

                   이에 앉은 사람이나 서 있는 사람도 모두 일어나지 못하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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