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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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다른 사람
에게 점검을 당하였을 것이다.
약산스님이 “화살을 보라”고 말하자,스님은 벌떡 거꾸러졌
는데 말해 보라,이는 알고 한 것인지 모르고 한 것인지를.알
고서 했다면 약산스님은 무엇 때문에 이처럼 “허튼 짓 하는
놈”이라고 말하였겠는가?이것이 가장 악한 것이다.이는 바로
어느 스님이 덕산스님과 서로 주고받은 문답과 같은 경우이다.
어느 스님이 덕산스님에게 물었다.
“학인이 막야(鏌鎁)보검을 가지고서 스님의 머리를 베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덕산스님이 목을 쑥 빼어 앞으로 가까이 가더니 “탁!”하고
말하자,스님이 “스님의 머리는 떨어졌습니다”라고 말하니,덕
산스님은 머리를 숙이고 방장실로 돌아가 버렸다.
또 암두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느냐?”
“ 서경(西京)에서 왔습니다.”
“ 황소(黃巢)의 난리가 지나간 뒤에 칼이라도 주웠느냐?”
“ 주웠습니다.”
암두스님이 목을 쑥 빼고 앞으로 가까이 가더니 “탁!”하고
말하자,스님이 “스님의 머리가 떨어졌습니다”고 하니 암두는
껄껄거리며 크게 웃었다.
이러한 공안은 모두가 호랑이 잡는 솜씨[機]이다.바로 이와
같이 약산스님도 그를 개의치 않고 이 스님이 어쩌나 보려고
추궁해 갔을 뿐이다.
설두스님은 “스님이 세 걸음까지는 살아 있다 해도 다섯 걸
음 가면 죽을 것이다”고 하였다.스님은 “화살을 보라”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