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92

92


                 다.
               정안(正眼)은 원래 사냥꾼에게 주어져 있었군.
                -약산스님이 이 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어찌하겠는가?약산스님은
                 그렇다 치더라도 설두스님 또한 어떠한가.약산스님의 일과도 관계없
                 고 설두스님의 일과도 관계없고 산승의 일과도 관계없고 상좌의 일
                 과도 관계없다.

               설두스님은 소리 높여 말한다.
               “화살을 보아라.”
                -한 죄상으로 몽땅 처리하는 것처럼 (전체의 공안을 한마디로 처리하
                 는군).그래도 그를 물러나게 해야 할 것이다.(원오스님은)치면서
                 말한다.벌써 그대의 목구멍을 막아 버렸다.


               평창
                   “고라니 중의 왕고라니를 그대는 보아라”라는 것은,납승가

                 라면 반드시 고라니 가운데서도 왕고라니의 안목을 갖추어야
                 하며 또한 고라니 중의 왕고라니의 뿔을 갖추고,기관(機關:납
                 자를 지도하는 솜씨)과 지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면
                 비록 날개 돋친 사나운 호랑이와 뿔 돋친 호랑이라도 몸을 사
                 리고 위험을 피하여 멀리 도망갈 것이다.
                   스님이 당시에 몸을 눕혀 거꾸러지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고라니라”고 했기 때문에,(설두스님은)“한 화살을 쏘았
                 더니 세 걸음을 도망했을 뿐”이라 하였다.

                   약산스님이 “화살을 보아라”고 하자,스님이 벌떡 거꾸러지
                 니,약산스님은 말하였다.
                   “시자야,이 죽은 놈을 끌어내도록 하라.”
                   그러자 스님은 바로 도망갔으니 이는 매우 잘하기는 하였지
                 만 세 걸음을 도망했을 뿐이니 이를 어찌하겠는가?다섯 걸음
                 가서도 살 수 있다면 떼를 지어 호랑이를 쫓으련만.설두스님이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