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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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91
깊게 이해하고 벌떡 몸을 눕혔으나,약산스님의 “시자야,이 죽
은 놈을 끌어내라”는 말에 곧바로 도망쳤다.
설두스님은 “세 걸음 벗어나서는 아마도 살지 못하겠지만,
당시에 다섯 걸음 밖으로 벗어났더라면 천하 사람들이 그를 어
찌하지 못하였을 것이다”고 하였다.
작가가 서로 만났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가 번갈아 가
며 손님과 주인이 되면서 한결같아야 자유자재한 경지가 있는
데,스님은 당시에 시종일관하지 못했기 때문에 설두스님에게
점검을 당한 것이다.뒤에 다시 자신의 말을 인용하여 송하였
다.
송
고라니 중의 왕고라니를
-높이 눈을 들어 보아라.머리에 뿔이 돋쳤구나.
그대는 보아라.
-무엇일까?제이의 속제(俗諦)로 달려가는군.쏠 테면 쏴라.어떤가 보
자.
한 화살을 쏘아
-적중했다.약산의 좋은 솜씨를 알아줘야 한다.
세 걸음 도망치게 했네.
-팔팔한 경지로다.세 걸음 겨우 걷고 오랫동안 죽어 있었다.
다섯 걸음 가서도 살 수 있다면
-무엇 하느냐.백 보를 뛰었다.죽음 속에서 살아나는 이가 혹 있다면
어떠할까?
떼를 지어 호랑이를 쫓으련만…….
-(삶과 죽음을)둘 다 관조한다.반드시 그를 물리쳐야 될 것이다.천
하의 납승들이 그를 놓아주었다.그래도 (번뇌의)풀 속에 있을 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