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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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바로 무진법계이다. 무진법계는 바로 불성이고, 불성은 바로 결정
된 성취이며, 결정된 성취는 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다.
[해설] 『대열반경』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가섭보살이 진정한 해탈에
대해 질문을 한다. 이에 부처님은 다양한 비유를 들어 진정한 해탈이
곧 여래이자 불법에서 말하는 모든 궁극의 성취와 동일한 것임을 자세
하게 설한다. 가섭이 해탈에 대해 질문한 것은 대열반의 해탈이 성문이
나 연각의 그것과 다른 차원의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고, 부처님의 설법
으로 대중들이 그것을 바로 알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성문과 연각의 해탈은 무엇이고, 진정한 해탈이란 무엇인가? 성문과
연각은 자아에 대한 집착과 대상에 대한 분별을 내용으로 하는 견사혹
을 끊어 3계를 벗어나는 해탈을 이룬다. 견해와 관념으로부터의 자유
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승에서는 이것이 해탈의 완성이 아니
라 진정한 해탈의 시작이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견사혹을 끊어낸 아라
한이 공의 도리에 머무는 일을 문제시한다. 공의 도리가 옳기는 하지만
모래 수와 같은 현상세계에 눈감는 자세를 취하므로 또 하나의 집착인
진사혹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성문과 연각에서 보살로 진
입하려면 진사혹을 끊어야 한다는 숙제가 제시된다.
중생제도를 서원하여 중생계로 돌아오는 보살은 무량한 법문을 통
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복잡하게 얽힌 현상 속에 갇혀 사는 중생을
구원할 다양한 방편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진사혹의 소멸은 공혹空惑에
서 빠져나와 현상을 바로 보는 가관假觀의 닦음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이 진사혹을 끊어도 미세한 분별의 무명혹에 빠져 진정한 중도를 바로
보는 깨달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결국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실천을 통해 무명혹을 끊어 무상정등각에 쑥 들어가
제4장 무상정각 ·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