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7 - 정독 선문정로
P. 257
몸은 밝은 거울이라 치자
밝은 거울은 본래 청정한데
138
어디에 먼지와 티끌이 묻었던가? - 돈황본
깨달음의 나무라는 것이 따로 없고
밝은 거울이 따로 있지 않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139
어디에 먼지와 티끌이 있겠는가. - 종조본
밑줄 친 부분이 주목할 곳이다. 본래 청정한 밝은 거울을 말하는 돈
황본의 노래는 『능가경』의 여래장사상에 기반한 깨달음의 계보, 즉 ‘능
가사자기’를 그리고자 했던 5조스님의 기존 구상에 부합한다. 이에 비
해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 종보본의 구절은 『금강경』을 선양하여 동산
법문을 개창한 5조스님의 미래 지향에 어울리는 노래이다.
본래 청정한 하나로서의 여래장이 설정된다면 그것은 지켜야 한다.
그래서 『최상승론』 전체가 진여본심을 지키는 일을 설법의 주제로 삼았
던 것이다. 이에 비해 본래 한 물건도 없다면 모든 지향과 의도를 내려
놓아야 한다. 6조스님이 제시한 바와 같이 무념, 무상, 무주의 실천 외
에 다른 것이 없다. 6조스님을 계승하고자 하는 성철스님이 망념의 타
파를 깨달음의 조건으로 번역한 것은 당연한 일에 속한다.
『
138 南宗頓教最上大乘摩訶般若波羅蜜經六祖惠能大師於韶州大梵寺施法壇經』, “菩
提本無樹, 明鏡亦非臺. 佛性常清淨, 何處有塵埃.” 번역은 강경구(2021), 『평설육
조단경』, 세창출판사, p.42.
139 六祖大師法寶壇經』, “菩提本無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 번역
『
은 강경구(2021), 『평설육조단경』, 세창출판사, pp.44-45.
제5장 무생법인 ·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