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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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으키는 연쇄적 문답체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앞의 문단에서는 진여
심을 지키는 것이 열반의 근본이며 도에 들어가는 입구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이에 근거하여 새로운 질문이 일어난다. 왜 진
여심을 지키는 것이 열반의 근본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답변이
제시된다. 열반이란 적멸의 다른 이름이고, 무위의 다른 이름이며, 안
락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하여 나의 마음이 이대로 진여심이라는 사실
을 안다면 망상이 성립할 수 없다. 그래서 진여심을 지키는 일이 망상
의 소멸로 이어진다. 망상의 소멸은 정념의 일어남으로 이어지며, 정념
의 일어남으로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의 여정은 진여심을 지키는 일로 시작된다. 성철스님은
진여심을 지키는 시작 부분을 인용하지 않고 망상을 소멸하는 일부터
인용한다. 이로 인해 이 공부는 망상을 소멸하는 일에서 출발하는 것
이 된다. 그러니까 성철스님에게 있어서 닦음은 망상을 지우는 닦음이
고, 깨달음은 망상이 완전히 소멸한 깨달음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서로 다른 말이 되는가? 원래 활구참구의 현장에서
는 진여심을 지키는 일과 망상을 끊는 일이 같은 일이 된다. 그러니까
돈오원각론, 실참실오론, 구경무심론으로 정리되는 성철선의 모든 종지
가 간화선의 실천을 전제로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①과 ②의 ‘법성法性’은 흥미로운 교정의 결과이다. 초판본에 ‘법원法
源’으로 되어 있던 것을 교정본에 원전과 같이 ‘법성法性’으로 고치라는
교정 지시가 표시되어 있다. 1993년 본에는 ‘법원法源’으로 초판본 그대
로 편집되었고, 2015년 본에 ‘법성法性’으로 교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
다. 그런데 성철스님의 번역문을 보면 이것이 ‘만법의 근원’으로 옮겨져
있다. ‘법원法源’으로 손을 본 텍스트에 기초하여 번역문을 구성한 것이
다. 거듭 확인되는 바와 같이 『선문정로』의 인용문은 인용의 방식을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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