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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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엄격히 말하자면 『사행론』, 즉 달마조사

            의 『이입사행론』은 『소실육문』의 한 장에 속한다. 예문은 달마어록의 제
            4장 「안심법문」의 한 구절이다.

               불성을 갖춘 존재인데 왜 미혹이 있고 해탈이 있는가? 분별하고 따
            지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법이 있다거니 없다거니 하지만 법이 스스

            로 있거나 없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마음에 있다거니 없다거니
            하는 분별을 일으키는 일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마음의 분별의식만

            내려놓으면 고통을 만나도 근심할 일이 없고, 즐거움을 만나도 기뻐할
            일이 없다.

               이처럼 모든 현상에 실체가 없으므로 수행하는 주체로서의 나도 없
            다. 나가 없으므로 대상경계를 만나도 시비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무심이다. 무심이 되면 본래의 근원에 바로 통달하여 지금 이 현장의
            모든 인연이 그 뿌리에서 온 것임을 안다. 그리하여 오는 대로 맞이하

            고 가는 대로 보내주는 일이 일어난다. 이처럼 의식과 마음, 즉 식심識
            心이 소멸하여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것을 무상정각이라 부른

            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식심이 망상의 총칭으로 쓰였다는 점, 선종의 초조인 달

            마스님이 식심의 소멸을 망상의 소멸로 보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성철스님은 일체 망상이 소진한 무생, 무여열반이라야 진정한 열반
            이라는 말이 달마스님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월이 지나면

            본래의 가르침이 와전되고 곡해되기 마련이다. 무생에 대한 의미 부여
            역시 그러한 혐의가 있다. 그러므로 선문의 최초 스승인 달마스님의 안

            목을 기준으로 와전과 곡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성철스님의 주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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