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정독 선문정로
P. 28

2. 성철스님 견성즉불 설법의 특징





               성철스님의 전체 법문에는 무심에 대한 강조가 뚜렷하다. 견성하면
            바로 부처임을 밝힌 제1장만 해도 절반 이상의 인용문과 강설이 ‘견성=

            무심=구경각’임을 말하고 있다. 무심은 어떻게 하면 견성성불할 수 있
            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기에 충분하다. 밝은 태양이 항상 빛나고

            있으므로 그것을 가리는 구름만 제거하면 태양이 드러난다. 모든 생각
            이 해를 가리는 구름이고 눈을 가리는 티끌이다. 그러므로 일체의 생각

            에서 벗어난 무심을 성취한다면 그것이 바로 견성성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이 말하는 무심은 일반적 무심과는 차이가 있다. 사

            유 작용이 멈추는 차원이 아니라 제8아뢰야식의 미세한 망상까지 완전
            히 벗어난 구경무심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의

            하면 보살의 마음 역시 ‘중생을 제도한다’는 마음이 작동하는 상태이므
            로 구경무심이 아니다. 부처라는 생각, 방편이라는 생각조차 붙을 자리

            가 없는 무심이라야 진정한 구경무심이다. 그러니까 무심은 결국 있음
            과 없음, 생성과 소멸의 차원을 완전히 떠난 궁극의 중도인 것이다.

               성철스님은 중도中道가 깨달음의 내용임을 거듭 밝힌 바 있는데, 그
            중도의 동의어가 무심이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여기에서 다시 막혀

            버린다. 무심이 결코 견성, 성불보다 쉽게 알 수 있거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심에 대한 강조는 『선문정로』 가르침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성철스님이 제창한 화두참구가 무심의 길을 걸어

            구경무심에 이르는, 그야말로 방법과 목적에 있어서 무심으로 관통하
            는 수행법이었다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




            28 · 정독精讀 선문정로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