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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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영원한 도돌이표를 그리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이 논의를 실천을 통해 검증하고자 하는 길을 설정할 필요
가 제기된다. 그것은 실천으로서의 성철선을 설정하는 길이다. 성철선
은 선종에서 말하는 돈오견성이 곧 부처님의 깨달음과 같다는 돈오원
각론, 제8아뢰야식의 미세번뇌를 모두 타파해야 견성이라 할 수 있다는
구경무심론, 관념적 이해의 차원에서 완전히 벗어나 닦음과 깨달음을
직접 실천해야 한다는 실참실오론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므로 이것을
성철선의 3대 종지라 부를 수 있다.
앞으로 확인하게 되겠지만 『선문정로』의 전체 논의는 이 3대 종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수행과 깨달음의 진실성을 파악
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리하여 3대 종지의 어느 하나에라도
부합하지 않으면 그것은 가차없이 파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구경무심론, 돈오원각론, 실참실오론은 여러 인용문에 보이는 것처럼
다양한 경전에 의해 진리성이 확인된다. 다만 이것만이 옳다거나 이것
은 틀렸다거나 하는 논쟁에 뛰어드는 대신 이것을 하나의 수증론으로
수용하는 길이 열려 있다. 이것을 ‘성철선’이라 부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첫 번째 인용문에는 두 가지 질문과 답변이 숨어 있다. 첫째, 부
처님의 깨달음과 선문의 깨달음이 동일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인가
를 묻는 오래된 질문이다. 이에 대한 성철스님의 답변은 분명하다. 부처
님은 중도를 깨달아 부처가 되었다고 선언했는데, 여기에서 중도를 깨
쳤다는 것은 우리의 근본자성을 바로 보았다는 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니까 중도를 깨달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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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성이라 부른다는 것 이다. 이렇게 견성이 곧 부처님의 깨달음과 같은
6 퇴옹성철(2015), p.15.
제1장 견성즉불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