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7 - 정독 선문정로
P. 297

이러한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성철스님은 무념법문을 전개하면서 많

             은 예문을 여기에서 가져온다. 이 인용문은 마음을 근본으로 하여 닦
             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해 선정의 길을 제시하는 답변으로 구성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망념이 생기지 않는 것을 선禪, 정좌하여 본성
             을 보는 일을 정定이라 규정한 뒤 이러한 선정을 얻은 이는 범부의 자

             리에서 즉시 부처의 지위에 들어가게 됨을 밝히는 문장이다.
                이 중 ①의 여덟 가지 바람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었다. ‘이익과 손해

             (利衰), 배후 비방과 배후 칭찬(毁譽), 눈앞 칭찬과 눈앞 비난(稱譏), 고통
             과 쾌락(苦樂)을 여덟 가지 바람이라 부른다’는 구절이다. 원래 법을 숫

             자로 설명하는 방식(法數)은 불교적 말하기의 한 특징이다. 이것은 일
             정한 모양을 갖지 않는 진리를 명확하게 정리하여 쉽게 이해하고 기억

             에 오래 남도록 해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에 대한 설명과 나열을 따
             라가다가 설법의 본래 취지를 망각하고 지식의 증장을 지향하게 되기

             도 한다. 성철스님은 법수나 비유, 혹은 구체적인 예가 제시되는 구절은
             가능하면 생략한다. 지식과 논리의 완결성을 추구하다가 당장 이 자리

             에서의 수행과 깨달음을 미루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6-15】  但能無心하면 便是究竟이니라



                선문정로  다만 능히 무심하면 문득 이것이 구경인 성불이니라.



                현대어역  단지 무심할 수만 있다면 바로 구경각이다.



             [해설]  황벽스님이 승상 배휴에게 설한 법문을 정리한 『전심법요』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황벽스님은 이 법문을 시작하면서 이 깨달음의 법이




                                                             제6장 무념정종 · 297
   292   293   294   295   296   297   298   299   300   301   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