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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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견성을 강조하는 성철스님의 주장 과 어울리지 않으므로 생략한 것
             이다. 성철스님에게 있어서 돈오견성은 구경각과 기타의 지위를 뚜렷하
             게 나누는 경계선이다. 이에 비해 해당 구절은 ‘번뇌 이대로 열반(不捨煩

             惱而入涅槃)’임을 주장하는 문맥에서 나왔다.
                생각해 보면 성철스님에게 있어서 결과로서의 돈오견성에 대한 역대

             선지식의 묘사는 자신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문장들을 적극 인용하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인과원융의 이치를

             말하는 문장은 가능하면 생략된다. 그것이 관념의 유희를 조장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의 법문은 지금 당장 실참실오로서의

             화두참구에 들어가도록 하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관념적 이해
             를 불러일으키는 인과원융의 도리를 피력한 문장을 가능하면 생략하

             는 이유에 해당한다.



                【6-14】  妄念不生이 爲禪이요 坐見本性이 爲定이니 本性者는 是
                汝無生心이요 定者는 對境無心하여 八風이 不能動이니 ①[八風

                者, 利衰毀譽稱譏苦樂, 是名八風.] 若得如是定者는 雖是凡夫나
                卽入佛位니라



                선문정로  망념이 생기지 않음이 선禪이요 정좌正坐하여 본성을 명견明

                見함이 정定이니, 본성은 여등汝等의 무생심이요, 정定이라 함은 외경



              162   성철스님은 10지보살, 등각보살까지도 망념이 남아 있으므로 중생이라는 견해를
                 거듭 피력한다. 예컨대 ‘제1장 견성즉불’의 장에 보이는 다음과 같은 문장은 거의
                 모든 장에서 반복적으로 주장된다. “『기신론』에서도 미세한 망상이 완전히 제거된
                 묘각, 즉 구경각究竟覺만이 견성임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원효와 현수 두 스님도
                 금강유정에 든 등각보살도 아직 망념이 남아 있는 중생이라 하여 견성하면 곧 부
                 처고, 견성하지 못하면 중생임을 그 소에서 밝혔다.” 퇴옹성철(2015), pp.17-18.



                                                            제6장 무념정종 ·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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