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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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永), 큼(大), 구경’은 돈오가 구경각임을 강조하기 위해 동원된 수사
에 해당한다. 원문의 맥락에서는 새끼 사자와 어미 사자, 봄의 죽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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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자란 대나무에 대한 비유 를 통해 돈오와 부처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망념을 제거하고 깨달을 것 없다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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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깨달아 즉시 해탈하는 것이 돈오이다. 이 돈오의 길 을 닦
지 않는다면 “여우가 사자를 따라다닌다 해도 사자가 될 수 없는 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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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다.” 는 부연 설명이 뒤따른다. 요컨대 돈오가 아니면 영원히 깨달
을 수 없음을 밝힌 것이다.
첫머리의 ‘돈오한 자는(頓悟者)’이라는 구절의 앞에 ①과 같이 ‘수修’ 자
가 생략되어 있다. 이를 복원하면 ‘돈오를 닦는 자는’이라는 뜻이 된다.
성철스님은 ‘수修’를 생략하여 ‘돈오란(頓悟者)’으로 바꾸었다. 이를 통해
성철스님이 선호하는 A=B의 방식으로 그 의미를 규정하는 문장이 구
성된다.
한편 이 ‘수修’의 생략에는 ‘돈오를 닦는다(修頓悟)’는 구절에 대한 해석
의 범위를 좁히고자 하는 의도가 발견된다. 성철스님은 일시적 불이不二
체험을 깨달음으로 자부하는 수행자들의 관념적 이해를 끊고자 한다.
특히 돈오와 견성은 오로지 구경각을 가리키는 것임을 강조하여 일시
적 체험을 깨달음으로 자처하는 위험을 차단하고자 한다. 그런데 해당
구절의 ‘돈오를 닦는다’는 문장은 자칫 돈오한 뒤에 닦는다는 뜻으로 해
157 頓悟入道要門論』(X63, p.22c), “頓悟者, 不離此生, 卽得解脫. 何以知之, 譬如師
『
子兒, 初生之時, 卽眞師子. 修頓悟者, 亦復如是, 卽修之時, 卽入佛位. 如竹春生
筍, 不離於春, 卽與母齊, 等無有異.”
158 頓悟入道要門論』(X63, p.18a), “問, 欲修何法, 卽得解脫. 答, 唯有頓悟一門, 卽
『
得解脫. 云何爲頓悟, 答, 頓者, 頓除妄念, 悟者, 悟無所得.”
159 頓悟入道要門論』(X63, p.22c), “不修頓悟者, 猶如野干, 隨逐師子, 經百千劫, 終
『
不得成師子.”
제6장 무념정종 ·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