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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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될 수 있다. 이를 우려하여 ‘수修’를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돈오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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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구경불지 임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돈오를 닦는다’는 말이 적절치
못하다고 보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②의 ‘또한 그러하다(亦復如是)’의 구절이 생략되었다. 그것이 지칭하는
것은 어린 대나무가 다 자란 대나무와 다를 바 없다는 비유이다. 어린
사자의 비유와 더불어 원인과 결과의 동일성을 강조하는 비유 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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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한다. 성철스님은 이치적으로 원인과 결과가 원융하지만 실제 수행에
있어서는 인과가 분명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상호 충돌하므
로 이 구절을 지워 원문과의 연계성을 끊고자 한 것이다.
③에서는 ‘아인我人’을 ‘인아人我’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번역문도 ‘인아
人我를 영절永絶하여’로 바뀐 구절을 적용하고 있다. 전달되는 의미에
차이는 없다. 다만 엄밀하게 따진다면 인아人我는 자아의 실체를 상정하
는 인아상人我相의 준말로서 대상의 실체성을 상정하는 법아상法我相과
짝이 되는 말로 쓰인다. 이에 비해 ‘아인我人’은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
상의 준말로 쓰이는 경향이 있다. 4상의 소멸뿐만 아니라 아뇩다라삼
먁삼보리라는 법을 설정하는 법상까지 내려놓아야 궁극적으로 공적하
여 부처와 동등해진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법아상과 짝이 되는 인아상
으로 단어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④의 ‘그러므로 범부가 곧 성인이라 하는 것이다(故云卽凡卽聖也)’가 생
략되었다. 역시 인과원융의 도리를 밝히는 문장으로서 결과로서의 돈
160 일체 망념이 영단永斷된 대공적삼매大空寂三昧를 돈오라 하나니 이는 구경불지이
다. 퇴옹성철(2015), p.135.
161 頓悟入道要門論』(X63, p.22c), “譬如師子兒初生之時, 卽眞師子, 修頓悟者, 亦復
『
如是. 卽修之時, 卽入佛位. 如竹春生筍, 不離於春, 卽與母齊, 等無有異. 何以故,
爲心空故, 修頓悟者, 亦復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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