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3 - 정독 선문정로
P. 303

이렇게 지켜보는 일은 보호하는 일인 동시에 맡겨 두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보호와 맡겨 둠을 통해 소는 결국 배고프면 혼자 나가서 풀을
             뜯고, 어두워지면 스스로 알아서 돌아오는 자재한 상황이 된다.

                보임에 대한 선지식들의 설법을 보면 보호하는 일을 강조하는 경우
             와 맡겨 두는 일을 강조하는 경우로 나뉜다. 보호하는 일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견성 이후에도 습관의 관성이 남아 미혹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간절히 조심하되 마치 독 이슬이 내린 풀밭을 지

             나듯 하라고 했다. 한 방울의 독만 묻어도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므로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한 생각이 바로 치명적인 독과 같음

             을 알고 일념불생의 자리를 보호해 나가라는 것이다.
                맡겨 두는 쪽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보호하고자 하는 유위적 의도

             의 장애성을 지적한다. 수행은 병을 고치기 위한 처방약이다. 몸이 좋
             아지면 약을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새로운 병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이때 자성의 생멸 없는 안락한 자리에 맡기는 일이 필
             요하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수행이 되는 불퇴전不退轉이 이 경계의

             특징에 해당한다.
                이 보임 공부는 보통 해오와 짝을 이루어 시설되었다. 그러니까 선종

             의 수행 과정은 여징呂澂이 정리한 것처럼 발심發心→이해적 차원의 깨
             달음(悟解)→보호와 맡겨 둠(保任) 및 실천과 이해의 통일(行解相應)의 단

             계로 설명 된다. 해오 이후 그것이 자기화되는 과정(解行相應)을 거친
                       166
             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그 깨달음의 경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지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볍고 자유롭게 맡겨 두어 불성이 완


              166   呂澂, 『中國佛學源流略講』(LC2, p.549a), “禪家這種態度的修養, 是經過相當努力
                 而有幾個階段的. 粗淺些說, 至少可分三層次第, 最初要有迫切的尋求, 其次湊泊
                 悟解, 發明心地, 再次是保任和行解相應.”



                                                            제7장 보임무심 · 303
   298   299   300   301   302   303   304   305   306   307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