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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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은 깨달음 이후의 자유자재한 생활이 진정한 보임이라고 강
조한다. 이에 비해 원오스님은 오래 기름(長養)을 설하는 법문에서 이와
같이 조심하고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견성 이후 자칫하면 빠질 수 있
는 위험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원오스님과 성철스님 사이에 견해 차
이가 있는 셈이다. 성철스님은 보임무심의 전체 설법을 거의 대부분 원
오스님의 법문에 기대어 전개한다. 원오스님의 견해에 거의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오스님의 보임에 대한 규정은 다
음과 같이 완전한 깨달음 이후의 실천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것은 삶과 죽음을 훌쩍 벗어나 미래의 끝이 다하는 일조
차 없어 한 번 얻으면 영원히 얻는 일입니다. 뿌리를 깊고 튼튼하게
해야 합니다. 뿌리가 견고하면 가지와 잎이 무성하지 않을 수 없습
니다. 다만 모든 때에 그것이 영원히 유지되도록 할 뿐, 일부러 찾
아가거나 조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맑고 맑아 모든 모양을 삼키고
태워 버리는 일이라서 이 몸과 감각기관이 모두 가재도구와 같은
것들일 뿐입니다. 더구나 앎이라든가, 견해라든가, 말이나 이해 같
은 것들은 말할 것조차 없습니다. 모두 일시에 남김없이 내려놓고
지극히 진실하고, 평상적이며, 크게 편안한 자리에 이르게 되어 얻
을 것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오직 이렇게 모든 자리에서 가볍고 평
안한 것이 진짜 무심도인입니다. 이 궁극적 무심을 보호하고 맡겨
두면 궁극적으로 부처조차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무엇을 중생
이라 부르겠습니까? 깨달음조차 세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 무엇을
번뇌라 부르겠습니까? 시원하게 영원히 벗어나 시절인연에 따라오
는 것을 맞아들일 뿐입니다. 차가 오면 차를 마시고 밥이 오면 밥을
住作得主, 長養將去. 一心不生萬法無咎, 只是切忌起見作承當, 便落彼我必生愛
憎, 不能脫灑也.……此長養聖胎入眞正修行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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