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0 - 정독 선문정로
P. 370
완전한 무심과 동의어이다. 그렇지만 이 믿음을 나라는 주체(能)가 본지
풍광이라는 대상(所)을 믿는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분별의 차
원에서 각각의 깜냥으로 믿음이라는 말을 이해하고 깨달음을 자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우려에서 해당 문장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④의 ‘우선(先)’이라는 단어가 생략되었다. 번역문에 ‘우선 ~’이 번역되
어 있으므로 편집 과정의 오류이다. 복원되어야 한다.
⑤의 ‘오료悟了’를 ‘요오了悟’로 바꾸었다. 둘 다 ‘깨닫는다’는 뜻을 전달
하므로 의미의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요 了’ 자를 앞에 두면 그 ‘명료하
다’는 뜻이 강조된다. 그래서 번역문을 보면 ‘요요 了了히 명오明悟한 이후
에 ~’로 되어 있어 깨달음의 명료성을 강조하기 위한 순서 바꿈임을 알
수 있다.
⑥의 긴 문장을 생략하였다. 현대어 번역에 보인 것처럼, 악을 멈추
고 선행을 닦는 일에 대한 백락천과 조과선사의 문답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선행과 견성 이후의 선행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
도 하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 마음을 깨달
은 뒤의 선행에 대한 부연 설명에 해당하므로 의미상 중복이 된다. 성
철스님은 중복되는 구절이 나오면 대체로 그것을 생략하여 논지를 분
명히 하고자 한다. 생략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⑦과 같이 ‘당當’ 자가 생략되었다. 이것은 ‘~해야 한다’는 뜻의 부사
어로서 뒤의 문장을 당위형 문장으로 만드는 글자이다. 이 글자를 적용
하면 무심에 도달한 뒤 그것을 지켜나가는 유위적 수행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망멸증진妄滅證眞한 무념무생의 대휴헐大休歇
218
대해탈의 구경지” 에 도달하여 인연 따라 작용하는 것이 보임장양保
218 퇴옹성철(2015), p.175 참조.
370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