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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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고 홀가분하여 어떠한 두려움도 없게 될 것입니다.



               읽기에 따라 긴 세월 동안의 점차적 수행을 인연으로 하여 불퇴전을
            증득하고 생사의 경계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뜻

            으로 이해될 수 있다. 20년, 30년의 점차적 수행이 없다면 불퇴전을 얻
            지 못하고, 생사의 경계에서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앞의 깨달음이 불완전한 것이 된다. 이로 인해 ‘돈오=견성
            =구경각=보임’의 공식이 무너질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차단

            하기 위해 해당 문장을 생략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음으로 수행자가 조심하고 명심해야 할 일을 제시한 ⑨의 긴 문장

            이 생략되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일로 불조의 가르침 중에서 멋진 말
            을 인용하여 자신의 지혜를 뽐내는 일이 지적된다. 출가승이나 재가의

            불교인들 중에는 약간의 눈뜸에 자부심을 갖고 불조의 가르침을 인용
            하며 스스로를 높이 세우는 풍조가 있다. 이것은 해오의 해악으로서

            성철스님 역시 비판해 마지않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구절은 원오스님이 돈오 이후 남은 망념을 덜어내는 점수

            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특히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분별없는 마음으로 고요히 앉아 인연을 잊고 궁극에 이르기까지

            탐구하는 수행의 길에 대한 안내도가 제시되어 있는데, 이 또한 돈오
            이후의 점수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생략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해오 이후의 심중제망心中除妄으로 규정되는 규봉스님의 돈오점

            수도 부단한 수행을 통해 도달할 구경의 자리를 설정한다. 그리고 구경
            의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부단한 수행을 권면한다. 끝없는 수행을 강조

            한다는 점에 있어서 성철스님의 주장과 통하는 점이 있어 보인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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