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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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며 폐유리가 더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③의 ‘함含’ 자는 원문의 ‘현懸’ 자를 대체한 것으로 유리 속에 밝은
달이 ‘담겨 있다(含)’는 것이 ‘매달려 있다(懸)’는 표현보다 어울리고, 또
그것이 더 널리 쓰이는 표현이므로 대체한 것이다. 당장 이 문장의 다
음 문단에 ‘투명한 유리 속에 달을 품고 있는 것과 같다(如淨瑠璃內, 含寶
月)’는 문장이 보이는데 역시 ‘함含’으로 쓰여 있다. 뜻에 어울리게 원문
을 교정하고자 한 것이다.
④의 ‘한순간(一時)’을 생략하였다. 의미상의 큰 차이는 일어나지 않는
다. 앞에서 이미 근본무명을 돈파頓破한다는 문장이 나왔으므로 중복
되는 감이 있다고 본 것 같다. 근본무명의 순간적 타파와 제8식 종자의
순간적 멸진이 같은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성철스님은 아뢰야식
멸진의 완전성 여부에 논의를 집중하고 있으므로 ‘한순간’이라는 말이
달갑지 않았을 수도 있다.
원래 감산스님의 식음에 대한 해석에는 일관되게 ‘단번에 뛰어넘음
(頓超)’, ‘한순간(一時)’ 등과 같이 돈오를 강조하는 말들이 사용되고 있다.
물론 그것은 성철스님의 돈오원각론과 기본적으로 입장을 같이하고 있
다. 다만 이러한 생략은 감산스님의 통쾌함과 성철스님의 근실함 간의
차이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11-7】 若得識陰이 盡하면 方超地位하야 了無所得하고 究竟圓
成하야 如淨瑠璃內含寶月이니라
선문정로 만약에 식음識陰이 멸진하면, 바야흐로 지위를 초월하여 요
연了然히 소득이 없고 구경불과究竟佛果을 원만성취하여 정유리淨瑠璃
내에 보월寶月을 함유함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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